드라마 괴물 리뷰,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그림자와 심연


JTBC 드라마 ‘괴물’은 연쇄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두 남자의 심리적 갈등과 과거의 그림자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이지만, 인간 본성과 죄의식, 사회적 구조 속에서의 책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괴물’이 선사하는 감정선과 서사 구조,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괴물’로 만드는지를 다각도로 이야기합니다.

괴물은 누구인가, 진실을 마주한 인간의 민낯

‘괴물’은 단순한 범죄 추적극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괴물은 누가 만드는가",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 본성의 깊은 곳을 조명한다. 백상예술대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은 이 작품은, 서늘한 분위기와 무거운 주제를 조화롭게 담아냈다. 이동식(신하균 분)과 한주원(여진구 분), 이 두 인물은 외형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 전직 형사의 아들이자 지역 경찰인 이동식은 감정의 기복이 크고 과거에 얽매여 있다. 반면 한주원은 경찰청 수뇌부의 아들이자 엘리트로, 이성적이고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 둘은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한 팀이 되고, 그 속에서 서로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드라마는 ‘진실을 밝힌다’는 목표 아래 진행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누군가의 거짓말이 또 다른 피해자를 낳고, 오래된 비밀이 새로운 범죄를 자극하며, 때로는 정의조차 모호해진다. 이동식은 자신의 누나가 실종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고, 한주원은 아버지의 정치적 입지를 의식하며 진실과 권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괴물’은 모든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상처와 비밀을 지닌 채 등장한다. 이들은 완전한 피해자도, 완전한 가해자도 아니다. 드라마는 이 모호한 경계 속에서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어떤 인물은 살기 위해 거짓을 택하고, 또 어떤 인물은 기억조차 선택적으로 지운다. 이처럼 ‘괴물’은 범인의 정체보다, 그 정체를 둘러싼 인간의 선택과 심리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시청자는 사건의 실체보다, 인물들이 점점 드러내는 내면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 그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무너지고, 때로는 타인을 무너뜨린다. 결국 ‘괴물’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잠재된 본성임을 이 드라마는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보여준다.


무너지는 정의와 흔들리는 신념, 서사의 깊이

‘괴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서사의 층위가 깊다는 점이다. 단일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전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이 구조는 시청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들며, 각 인물의 행위가 어떤 맥락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동식은 과거 누나의 실종 사건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과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다. 그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며, 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감정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억눌린 죄책감과 상실감의 결과다. 그는 연쇄살인의 실체에 접근하면서도, 자신의 과거가 얽혀 있다는 사실에 더 큰 고통을 느낀다. 한주원은 엘리트로서의 자의식과 도덕적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법과 정의를 믿으려 하지만, 자신이 속한 가정과 조직이 그 법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심리적으로 흔들린다. 아버지의 권력, 조직 내 암묵적 유착, 그리고 감춰진 과거. 그는 이 모든 것 앞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드라마는 정의의 실현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는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진실이 밝혀진다고 모두가 구원받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그 진실이 더 큰 절망과 고통을 남기기도 한다. ‘괴물’의 서사는 그 복잡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인물들은 진실에 다가갈수록 외롭고 피폐해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한 정의감이 아니라, ‘지켜내야 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족이든, 사랑이든, 과거의 기억이든. ‘괴물’은 바로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밝혀가며, 인물의 서사를 단단하게 만든다. 영상미, 연출, 사운드 역시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견고하게 만든다. 어두운 톤, 반복되는 피아노 테마, 그리고 과거 회상 장면 속 절제된 감정 연기는, ‘괴물’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내면의 스릴러를 완성시킨다.


괴물과 마주한 자,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싸움

‘괴물’은 진실을 찾기 위한 이야기이자,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다. 이동식과 한주원은 괴물과 싸우는 과정에서 자신도 괴물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끝내 스스로를 지키려는 그들의 싸움은,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드라마는 묻는다. “진실은 언제나 선한가?”, “모든 범죄는 단죄되어야 하는가?”, “과거를 덮는 것이 항상 나쁜가?” 이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이 그 질문 앞에서 고뇌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시청자는 그 과정을 보며,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된다. ‘괴물’은 사건 해결을 통해 정의를 완성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그 정의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고통스러운지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고통스럽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반전이 아니다. 이동식과 한주원이 보여준 그 지난한 과정, 그들이 견뎌낸 감정의 무게, 그리고 끝끝내 괴물이 되지 않으려는 선택. 그것이 ‘괴물’이 말하는 진짜 인간성이다. ‘괴물’은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것은 용서에 대한 이야기이며,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며, 무엇보다도 진실의 무게를 견디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 삶 속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괴물’은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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