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는 불의한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정의와 신념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청춘 드라마가 아닌,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계급의 장벽, 그리고 진정한 리더십과 공동체 정신에 대해 묻는 이 드라마는 깊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본 리뷰에서는 박새로이의 성장 여정과 주변 인물 간의 연대, 그리고 이태원이 상징하는 다름의 가치에 대해 분석합니다.
신념을 잃지 않는 삶, 그 시작은 분노였다
‘이태원 클라쓰’는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 분)의 분노로 시작된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가그룹과 그 회장의 아들 장근원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 분노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정의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일종의 절망이자 도전이었다. 그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교도소에 가는 것을 감수하고, 이후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복수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단순한 복수극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는, 박새로이의 방식 때문이다. 그는 물리적 보복이나 권모술수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장가그룹보다 더 큰 기업을 만들겠다는 선언과 함께, ‘장사’라는 방법을 택한다. 이는 매우 한국적인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음식, 소상공인, 자영업, 경쟁, 그리고 브랜드 가치. 이 모든 요소가 한국 사회의 실제 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은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기능한다. 서울에서 가장 개방적인 지역이자, 다문화와 소수자의 공간인 이태원은 박새로이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꿈꾸는 장소다. 그는 사회의 규범에 맞서며, 오히려 그 틈을 통해 자신만의 규칙을 세워간다. 바로 이것이 ‘이태원 클라쓰’라는 제목에 담긴 본질적 의미다.
박새로이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결코 완벽하거나 전지전능하지도 않다. 그는 좌절하고, 무너지고, 때로는 자기 확신에 취해 실수를 저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는다. 이것이 시청자로 하여금 그를 지지하게 만드는 핵심 이유다.
‘이태원 클라쓰’는 청춘의 분노가 파괴가 아닌 창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리고 그 분노는 개인의 감정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더 큰 공동체의 가치와 연결될 때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한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단순한 청춘물이나 복수극을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작품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이다.
다름을 포용하는 공동체, 성장의 동력은 사람이다
박새로이 혼자서는 ‘단밤’을 만들 수 없었다. 그의 성공 여정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함께 했다. 조이서(김다미 분), 마현이(이주영 분), 김토니(크리스 라이언), 최승권(류경수), 장근수(김동희) 등 ‘단밤 포차’ 팀은 단순한 직원 집단이 아니라, 각자 사회에서 소외되고 낙인찍혔던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하는 과정 자체가 이 드라마의 핵심 서사다.
조이서는 뛰어난 두뇌와 추진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반사회적 성향과 자기중심적 사고로 인해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박새로이를 만나고, 그가 보여주는 일관된 신념과 따뜻함에 영향을 받아 점차 사람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받아들이게 된다. 조이서의 변화는 단지 연애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를 만났을 때 가능한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마현이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직장 내 차별과 편견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단밤에서는 그녀의 정체성보다 ‘요리 실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진짜 가치를 외면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김토니는 아프리카계 한국인으로, ‘진짜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단밤’에서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정체성의 일부로 당당히 드러낸다.
이처럼 ‘단밤’은 단순한 포차가 아니다. 이곳은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일종의 공동체다. 그리고 이 공동체를 통해 박새로이 또한 성장한다. 그는 리더로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책임지며, 때로는 자신의 틀을 깨는 법을 배운다. 이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이 드라마에서 가장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요소다.
한편, 장가그룹과의 대립은 단지 자본의 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가치관의 충돌이다. 장대희(유재명 분)는 ‘이긴 자만이 정의’라는 논리를 따른다. 반면 박새로이는 ‘가치 있는 방식으로 이기는 것’을 택한다. 이 차이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삶의 태도이며, 시청자에게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게 만든다.
‘이태원 클라쓰’는 다름을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통해 강해지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다양성과 연대가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이며, 그 안에서 진짜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단지 박새로이 개인의 성공기가 아니라, 함께 성장해 나간 이들의 기록으로 읽힌다.
우리는 모두 ‘이태원 클라쓰’가 될 수 있다
‘이태원 클라쓰’는 끝까지 신념을 지킨 사람, 다름을 포용한 사람, 그리고 변화에 앞장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비단 박새로이의 삶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드라마는 시청자에게도 묻는다. "당신은 어떤 가치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가?"
성공은 결과로만 판단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뤘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박새로이는 불의를 참지 않았고, 고난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으며, 함께하는 사람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다. 그리고 그 과정은 그의 인생을 변화시켰고, 주변 사람들까지 성장하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그런 리더십과 공동체 정신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이태원 클라쓰’를 보며 울고 웃었다. 그것은 단순히 드라마가 재미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감정이 우리 삶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억울함을 견뎌본 사람, 불합리한 구조에 부딪혀본 사람, 자신의 다름 때문에 상처받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결국 ‘이태원 클라쓰’는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꿈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함께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공의 정의일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이태원 클라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미 그 길 위에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