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리뷰, 끝없는 욕망과 복수가 불러온 비극의 서사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상류층 사회를 배경으로 한 권력, 욕망, 복수, 파멸의 서사를 통해 자극적이면서도 중독적인 전개를 선보인 작품입니다. 자녀 교육, 부동산, 계급, 폭력 등 현실적인 요소와 극적인 연출을 교차시키며 한국형 막장극의 정점을 찍은 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파괴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본 리뷰에서는 캐릭터 구조, 욕망의 서사, 극적 장치의 기능을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욕망의 무대, 펜트하우스 – 왜 우리는 이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펜트하우스’는 처음부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서울 강남 중심,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헤라팰리스’에 사는 이들의 일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 돈과 권력, 명예를 움켜쥐기 위해 이들은 거짓말과 배신,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교육’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경쟁은 곧 부모들의 욕망과 좌절로 연결되고, 이는 복수와 파괴의 고리가 된다. 드라마는 극단적인 설정과 과장된 인물 묘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에 있는 구조는 흥미롭다. 심수련, 천서진, 오윤희 세 인물은 모두 모성, 사회적 성공, 사랑, 복수 등 다양한 욕망을 상징적으로 구현한다. 이들은 상류층이라는 공통된 배경을 가졌지만, 살아가는 방식과 신념은 극명하게 다르다. 그 차이는 곧 충돌이 되고, 결국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분명하다. 첫째, 자극적인 전개. 둘째, 복잡한 인간 관계. 셋째, 강렬한 캐릭터. 그리고 넷째, 시청자의 ‘대리 만족’ 혹은 ‘대리 분노’를 유도하는 장치들이다. 시청자는 이들의 일탈을 보며 분노하고, 욕망을 보며 매혹된다. 이 모순된 감정이 끊임없이 자극되며 몰입을 이끈다. 그러나 단순히 막장이라는 단어로만 정의하기엔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도 무시할 수 없다. 부동산 불평등, 사교육 문제, 정경 유착, 권력의 세습 등 현실적 이슈들이 각종 서브 플롯 속에 배치되어 있다. 이 점에서 ‘펜트하우스’는 판타지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곧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이다. 정당한 경쟁 없이 만들어진 구조 속에서, 누구도 피해자가 아닌 동시에 가해자일 수 있는 세계. ‘펜트하우스’는 이 잔혹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우리가 욕망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한다.


무너지는 인간성 – 복수, 폭력, 그리고 파멸의 피드백 루프

‘펜트하우스’의 주된 전개 구조는 ‘복수’다. 그러나 이 복수는 단순한 보복에서 그치지 않는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상처와 손실을 기반으로 복수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마저 파괴된다. 이러한 반복적 서사는 드라마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심수련(이지아 분)은 처음엔 가장 안정적이고 도덕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딸을 잃은 뒤 복수의 화신이 된다. 그녀의 변화는 우리가 복수라는 감정 앞에서 얼마나 쉽게 윤리를 저버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천서진(김소연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권력과 명예에 대한 욕망으로 움직인다. 그녀는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그 끝엔 공허와 붕괴만이 기다리고 있다. 오윤희(유진 분)는 ‘가난한 천재’라는 설정을 지녔지만, 결국 그 누구보다 욕망에 휘둘리는 인물이다. 그녀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다시 피해자로 끊임없이 위치를 이동하며 복수와 구원의 경계에서 흔들린다. 이러한 인물 구성은 시청자가 누구에게도 완전한 공감이나 혐오를 갖지 못하도록 만든다. 폭력의 수위도 높다. 학폭, 가정폭력, 정신적 학대 등이 주요 전개 장치로 사용된다. 이 요소들은 단지 자극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주석훈과 배로나의 이야기는 청소년 사이에서도 ‘욕망과 계급’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미니어처 서사다. 이처럼 ‘펜트하우스’는 반복되는 복수 구조와 인간의 몰락을 통해 ‘욕망의 피드백 루프’를 그린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고, 누구도 완전히 승리하지 않으며, 모두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무너져 간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통속극의 외피를 쓰고 있으나, 인간 심리와 도덕의 파탄을 그리는 심리극이기도 하다. 결국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복수는 결코 해답이 될 수 없으며,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인간은 언제든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명제는 극단적으로 과장된 설정 속에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오래 남는 이유다.


파국 이후 남는 것 – 욕망 너머의 인간, 혹은 인간 너머의 욕망

‘펜트하우스’의 마지막은 모든 인물이 무너지는 장면으로 끝난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감옥에 가며, 누군가는 고립된다. 해피엔딩은 없다. 하지만 그 파국은 필연적이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가 만든 욕망의 덫에 걸려 있었고, 그것에서 빠져나오려는 의지를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청자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단지 통쾌한 처벌이나 반전의 카타르시스일까? 아니다. 이 드라마는 오히려 “그들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욕망 자체가 문제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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