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배경음악(BGM)의 감정 유도 효과: 소리로 완성되는 이야기의 깊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요소 중 시청자가 가장 직관적으로 느끼면서도 종종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배경음악(BGM)’이다. 배경음악은 단순히 분위기를 살리는 보조 요소가 아니라, 장면의 감정선과 시청자의 몰입도를 결정짓는 핵심 장치다. 특히 주요 테마곡이나 삽입곡은 인물의 정서, 사건의 무게, 서사의 방향을 음악으로 설명하며, 때로는 한 장면을 영원히 기억에 남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본 글에서는 드라마 속 BGM이 어떻게 감정을 유도하고, 이야기의 정서를 확장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어두운 촬영장 조명 아래서 서로를 바라보는 남녀, 주변에 노란색 음악 기호가 흐르는 수채화 스타일 디지털 페인팅

감정선을 설계하는 소리의 언어: BGM의 역할과 전략

드라마 속 BGM은 시청자의 감정을 유도하는 ‘숨겨진 대사’와도 같다. 말이나 연기가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음악은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그 결과 시청자는 장면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이때 BGM은 단지 장면을 장식하는 음악이 아니라, 드라마의 ‘감정 설계자’로서 기능한다. tvN의 《도깨비》(2016)는 대표적인 BGM 활용 성공 사례다. ‘Stay with Me’(찬열 & 펀치), ‘Beautiful’(크러쉬) 등의 OST는 드라마의 감정선을 거의 선도하다시피 했다. 이 곡들은 슬픔, 설렘, 운명성이라는 테마를 각각 대표하며, 특정 장면에 반복적으로 삽입되면서 시청자에게 강력한 정서적 조건반사를 형성한다. 즉, 노래가 들리는 순간 장면의 감정이 자동으로 재생되며, 이는 드라마와 음악이 완전히 결합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BGM은 감정의 방향을 결정짓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의 아저씨》(tvN, 2018)는 극 중 대부분의 음악이 미니멀하고 우울한 톤을 유지한다. 이는 인물들이 처한 고단한 현실과 무기력함, 그리고 조용한 연민을 그대로 음악으로 표현한다. BGM이 크게 감정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내면의 소음을 반영하며, 시청자는 인물의 감정을 ‘공감’이 아니라 ‘공유’하게 된다. BGM의 템포, 화성, 악기 선택 또한 장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빠른 템포와 현악기는 긴박함과 불안감을 자아내며, 피아노나 어쿠스틱 기타는 감정을 부드럽게 이끌어낸다. 이러한 음악적 요소들이 각각 장면의 뉘앙스를 뒷받침하면서, 시청자는 화면 속 사건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결국 BGM은 단순히 ‘삽입되는 음악’이 아니라, 장면의 감정을 설계하고, 시청자의 정서적 반응을 조직화하는 중요한 서사 장치다.

서사와 캐릭터를 강화하는 테마 음악의 반복성

드라마에서 특정 테마곡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는 인물과 장면에 ‘감정적 인식표’를 부여한다. 이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등장과 동시에 캐릭터의 감정, 혹은 서사의 특정 국면을 즉시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반복되는 테마 BGM은 캐릭터와 이야기의 감정 구조를 강화하는 핵심 도구다. KBS2의 《태양의 후예》(2016)에서 유나의 ‘You Are My Everything’은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상징하는 대표곡이다. 이 곡은 장면마다 정해진 위치에 등장하며, 슬픔이나 감동이 고조되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삽입된다. 그 결과 이 음악은 시청자에게 로맨스 감정을 촉발하는 트리거로 작용하며, 극의 정서를 단순히 묘사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정서적 기호가 된다. 또한, SBS의 《하이에나》(2020)에서는 감각적인 재즈풍의 BGM이 주인공들의 냉철한 법정 플레이와 감정 사이의 경계선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특히 김혜수의 캐릭터가 등장할 때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테마 음악은 그녀의 자신감, 유머, 위트, 불안정한 인간적 내면을 동시에 암시하며, 시청자에게 ‘이 음악 = 이 인물’이라는 강력한 정서를 남긴다. 서사적으로도 테마 음악은 장면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시그널》(tvN, 2016)의 ‘I Will Forget You’(정준일)는 시간의 간극과 기억의 흐름을 상징하는 테마로 쓰이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극의 구조 속에서 감정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같은 음악이 과거 사건 장면과 현재의 대응 장면에 교차 삽입되면서, 시청자는 감정의 연속성과 회귀를 자연스럽게 체감한다. 이처럼 반복되는 테마 음악은 캐릭터의 정체성과 감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장면 간 서사의 연결성과 정서적 밀착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BGM이 단지 분위기를 돋우는 기능을 넘어, 이야기 자체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청자의 기억에 남는 장면: 음악이 만드는 드라마의 두 번째 얼굴

많은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장면은 음악과 함께 기억된다. 대사보다 음악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특정 장면을 떠올릴 때 그 장면에 흐르던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되기도 한다. 이는 BGM이 단순한 감정 유도 장치를 넘어서, 기억과 회상의 매개체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2022~2023)는 복수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격한 감정선과 차가운 연출이 특징이지만, 반전적으로 따뜻하거나 조용한 BGM을 사용하는 장면이 많다. 주인공 문동은이 고통의 기억을 회상하거나, 복수의 순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묵직하면서도 잔잔한 피아노 곡이 흐른다. 이로 인해 시청자는 복수의 행위 자체보다, 그 이면에 깔린 인물의 고통과 분노에 감정 이입하게 된다. 미국 드라마 《This Is Us》(NBC, 2016~2022)에서는 거의 모든 감정 장면이 인디 스타일의 포크 음악과 함께 진행된다. 특히 회상 장면이나 가족 간 갈등 장면에서는 잔잔한 기타 선율이 흐르며, 이 음악이 ‘가족’이라는 키워드와 정서적 결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시청자는 음악을 통해 이야기의 감정적 맥락을 더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음악은 장면의 강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긴박한 장면에서 음악을 아예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시청자의 긴장을 극대화하는 기법도 자주 사용된다. 《D.P.》(Netflix, 2021)는 탈영병을 추적하는 과정 중 일부 장면에서 음악을 철저히 배제하고, 숨소리, 발걸음, 주변의 작은 소리만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 경우 음악이 없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연출이며, 음악의 존재 혹은 부재가 모두 감정 유도의 도구로 작용한다. 결국 드라마에서 BGM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장면의 정서적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소다. 시청자가 드라마를 떠올릴 때 음악과 함께 기억된다는 사실은, BGM이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이자 인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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