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공간 배경의 상징성과 서사 기능 분석: 장면 너머에 숨겨진 이야기의 층위

우리는 드라마를 볼 때 주로 인물의 감정이나 대사에 집중하지만, 사실 그 배경이 되는 공간 역시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 골목, 사무실, 학교 같은 배경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인물의 상태와 사회적 위치, 그리고 서사 전체의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다. 드라마 속 공간은 시청자가 인물의 내면을 감지하고,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비언어적 서술자’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외 드라마 속 공간이 단순한 장치가 아닌 ‘서사 그 자체’로 기능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일상 공간의 재구성: 익숙함 속에 숨겨진 상징 많은 드라마는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공간에서 시작된다. 집, 골목, 회사, 카페 등은 현실적인 느낌을 주며,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 공간들은 단순히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인물의 내면 상태나 이야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담아내는 장치가 된다. tvN의 《마인》(2021)은 상류층 저택 ‘하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 간의 갈등을 다룬다. 이 공간은 겉보기에는 완벽한 질서와 고급스러움을 상징하지만, 그 안에는 억압과 이중성, 권력 구조가 숨어 있다. 하뮈 내부의 방 구조나 조명의 변화는 인물의 감정 변화나 서사의 긴장 상태에 따라 미묘하게 변주된다. 특히 거울과 계단, 창문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시청자에게 이 공간이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적 갇힘과 탈출 욕망을 반영하는 기호임을 암시한다. 영국 드라마 《Broadchurch》(ITV, 2013~2017)는 해안 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구조를 택한다. 이 작은 마을은 처음엔 평화롭고 고요하게 보이지만,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점차 균열이 드러난다. 드라마는 마을의 풍경, 거리, 절벽 등을 통해 인물의 불안과 사회의 침묵을 형상화한다. 특히 절벽 위의 바람 부는 장면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사건의 진실이 가까워질수록 인물들이 그곳에 더 자주 서 있게 된다. 공간은 이처럼 ‘이야기의 무대’이자 ‘...